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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모 다섯번째 이야기] 뚜벅이

센터관리자2021.08.27 17:26조회 수 4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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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모 다섯번째 이야기] 뚜벅이

 

소설책을 소리 내어 읽어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그렇습니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내며 소설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혼자서 소리 내어 책을 읽다 보면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목이 아파 포기할 때가 많은데요.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소리 내어 읽는다는 것이 왠지 이상하고 어색해서 책 읽기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소리를 내 읽다 보면 좋은 점이 많아요. 자신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생기고, 눈으로 읽을 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글을 또박또박 읽어 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책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묘한 매력을 경험하게 돼요. 다양한 사람들이 색깔 있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 이야기는

그 사람의 색깔만큼 담백하기도 하고, 리얼하기도 하죠. 눈으로 읽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고, 집중력이 있어서 더욱 재미있기도 하고요.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소리를 내 있는 책 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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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모임에서는 박경리의 <토지> 21권을 26개월 동안 소리 내어 읽으며 완독했습니다.

현재는 박지리 작가의 <양춘단 대학 탐방기>를 읽고 있는데요. 학교 다니는 것이 소원인 석공의 딸 양춘단 할머니가 책 속 주인공입니다.

양춘단 할머니는 어릴 때 학교에 다니고 싶었지만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다니지 못했는데요. 그런 양춘단 할머니가 우연한 계기로 대학교에 다니게 됐습니다. 공부하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환경미화원(청소부)으로 대학교에 다니는 것입니다.

 

양춘단 할머니가 대학교에서 청소하며 경험하는 것들과 사회 문제들을 소소한 이야기로 할머니의 감질 나는 전라도 사투리로 풀어냅니다.

할머니에게는 대학교에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 설레는 일인데요. 대학교의 옥상에서 파릇파릇한 나뭇잎과 푸른 하늘을 보며 도시락을 먹는 시간이 좋고,

대학 강의실을 기웃거리며 도둑 강의를 듣는 것도 좋고, 20대 대학생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습니다.

양춘단 할머니는 절대 기죽는 일이 없죠.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입니다.

양춘단 할머니는 책을 읽는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즐거움을 주고 있어요.

 

이처럼 <양춘단 대학 탐방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독거 어르신 책 읽어주기를 시작했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3시부터 430분까지 87세 이**할머니를 만납니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1시간 30분은 할머니에게도 우리에게도 소중한 시간입니다.

재개발로 허물어지고 있는 집들 사이에서 단독주택 1층 왼쪽 방에 혼자 생활하시는 할머니는 허리를 다쳐 몸이 불편합니다.

온몸이 쑤시고, 관절도 아프고,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전라북도 부안이 고향인 할머니는 하얀 백발 머리카락이 매력적입니다.

 

할머니도 양춘단 할머니처럼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물레를 돌리며 실을 빼고 옷을 짰으며, 집안 살림을 해야 했는데요.

결혼해서는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 할머니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주 놀러 가던 미용실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으며, 허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 못하기 때문에 넘어질까 봐,

삐끗해서 다리를 다칠까 봐, 동네 마실 나가는 것도 두렵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방안에만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지요.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찾아가는 우리가 더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하십니다. 이처럼 할머니는 매주 화요일 오후를 기다립니다.

 

우리는 할머니에게 옛이야기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뒤집힌 호랑이>, <견우직녀>, <집게네 네 형제>, <메기의 꿈>, <조막이>, <방귀쟁이 며느리>, <씨름>, <비단장수>, <요술 항아리>,

<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 <오소리와 벼룩이> 등등.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옛이야기 그림책은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할머니가 좋아하셨어요.

<견우직녀>를 읽어주면서 할머니가 어릴 때 직접 물레를 돌려서 옷을 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뒤집힌 호랑이>를 읽으며

할머니와 함께 호랑이 배 속을 상상해 봤으며, <비단 장수>를 읽으면서 할머니네 동네에도 비단 장수와 방물장수들이 다녔으며,

그들이 산지 직송 상품들을 서로 교환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조막이>를 읽어줄 때 할머니 동네의 줄다리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뚜벅이모임2.jpg

 

우리 동네에는 단옷날이면 줄다리기를 했어. 여자팀과 남자팀 대결이었지. 어느 팀이 이긴 줄 아나?”

 

당연히 힘이 센 남자팀이 이기겠죠.”

아녀. 여자팀이 이겼어.”

그래요? 할머니 동네 여자들은 힘이 센가 봐요?”

아녀. 여자팀이 밀리게 되면 남자들이 슬그머니 줄을 놓았어. 왠지 알어?”

글쎄요.”

여자들이 이기면 풍년들고, 남자들이 이기면 흉년든다고 했거든. 그러니 어쩌겠어. 흉년 들면 안 되잖아. 풍년 들어야 하니 여자가 이길 수밖에 없지.”

아하, 그러네요. 누가 그런 말을 만들었을까요? 그분 참 지혜롭네요. 힘으로 질 수밖에 없는 여자들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줄다리기가 끝나면 그 줄로 당산나무를 돌돌돌 둘러멨어.”

 

 

할머니에게 들은 줄다리기 했던 줄로 당산나무를 둘러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옛이야기 그림책을 읽으면서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할머니 어릴 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득한 옛날, 할머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곤 했어요.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날 때면 즐겁다고 합니다. 청소하고, 먹을 것을 준비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할머니도 우리를 반갑게 맞이할 뿐만 아니라 맛난 간식도 준비합니다. 어느 날은 할머니가 아침에 유모차를 의지하고 구 해운대역 시장에 가셨어요.

맛있어 보이는 감자를 보니 우리가 생각나서 감자를 사 가지고 집에 오셨데요. 할머니는 그 감자를 쪄 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할머니가 쪄준 감자는 진짜 맛있었어요.

할머니는 우리가 감자를 맛있게 먹자 맛있는 감자 고르는 법에 대해 가르쳐주기도 하셨습니다.

 

뚜벅이 강독모임1.jpg

 

우리가 독거 어르신 책 읽어주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 할머니에게 푹 빠져버렸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어르신에게 책과 함께 만나는 시간은 어르신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으며, 우리를 행복하게 해줬습니다.

앞으로도 어르신 책 읽어주기를 꾸준히 해 나가려고 합니다. 어르신을 만나는 시간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시간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어르신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뚜벅이: 부산양서협동조합 문화공간 소모임으로 20187명의 주부가 모여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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